에티오피아 사람들과 햄버거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햄버거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들어와 있지 않고, 에티오피아 로컬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독립 햄버거 가게들이 몇몇 있는 정도입니다.
쉽게 볼 수 있는 햄버거 체인점으로 치킨헛 Chicken Hut 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냥 이름만 봐도 피자헛에서 이름을 따 왔구나 생각할 수 있죠. 피자헛은 에티오피아에 들어와 있는데 유명한 에드나몰 뒤편에 지점이 있습니다. 볼레공항 면세구역에도 몇 년 전 버거킹과 함께 피자헛 매장이 입점하기는 했습니다.
치킨 헛
자주 머물던 숙소가 있는 경전철 1호선 하야훌렛역 근처 겟팜호텔 앞에 치킨헛이 있었습니다. 몇몇 종류의 햄버거도 팔고 조각 피자도 판매합니다.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를 주문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햄버거는 약간 비싼 음식 같습니다. 인제라 같은 에티오피아의 보통 음식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죠. 우리나라에서 보통 가격대의 햄버거 세트를 먹는 것과 가격이 비슷합니다. 감자튀김은 버거킹 감자 정도로 크고, 튀기는 기술은 그리 좋지 않은지 바싹 튀겨진 느낌으로 부드러운 맛은 덜합니다.
콜라는 디스펜서에서 나오는 콜라가 아닌 페트병 음료수입니다. 손님이 직접 냉장고에서 콜라병을 꺼내죠. 소스도 개별 포장이 아닌 커다란 통에 든 걸 사용합니다.
며칠 후 다시 찾아간 치킨 헛의 햄버거입니다. 포장지에 싸서 나왔던 햄버거가 이번에는 플라스틱 바구니에 나왔습니다. 바구니 바닥에 까는 종이도 없이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들어있습니다. 바구니는 잘 씻어 사용하는지도 알 수 없죠.
햄버거 빵 표면이 거뭇거뭇하고 좀 마른 느낌입니다. 식감은 촉촉한 느낌 없이 푸석푸석하게 씹힙니다. 햄버거 패티는 국내에서 먹는 패티보다 살짝 거칠고 그릴에 구운 맛이 좀 더 느껴집니다.
에티오피아는 먹던 음식을 포장해가는 문화가 잘 되어 있습니다. 햄버거를 2개 주문했는데 양이 많아 하나를 포장해 현지인 기사가 집에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교민 분들이나 출장으로 에티오피아에 머무는 분들 중에는 남은 음식을 포장해서 길거리 걸인에게 건네주는 경우도 종종 있죠.
루미버거
아디스아바바에서 햄버거 맛집으로 꼽는다는 루미버거를 찾았습니다. 루미버거는 대로변에 예쁜 카페처럼 자리하고 있고 온화한 날씨 덕분에 실외 테이블에도 손님들이 많습니다. 현지인,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맛집이라 외국인 손님들도 보이네요.
조금 비싼 버거를 주문했습니다. 맥도날드로 치면 빅맥 세트 정도에 해당하는데 우리 돈으로 1만원을 훌쩍 넘는 비싼 음식이었습니다. 빅맥처럼 빵이 3겹이고 패티도 2개가 들어있습니다. 가게에서 직접 만든 수제 빵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건조한 식감이 있고 빵 모양새도 조금 어색하기는 합니다.
비싼 햄버거 가게라 그런지 감자튀김도 완성도가 높고 햄버거도 더 정교합니다. 그릴에 갓 구워낸 패티는 불맛도 은은하게 풍기고 고기도 충실하게 들어있네요. 역시 양이 많아서 1개를 현지인 기사와 나눠먹고 나머지 하나는 기사가 포장해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인조이버거
아디스 아바바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에드나몰 교차로의 엔조이버거 IN Joy Burger 입니다. 24시간 영업을 하기도 하는데 주변이 워낙 번화가라 손님이 많습니다. 울긋불긋한 분위기와 빨간 유니폼을 차려입은 직원들의 모습은 상당히 안정된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롯데리아나 필리핀의 졸리비에 와 있는 느낌입니다.
햄버거 가게에서 콜라를 빼놓을 수 없는데, 종이컵 콜라가 아닌 병 콜라가 나왔습니다. 시럽과 탄산수를 배합하는 방식보다는 콜라병을 유통시키는 게 에티오피아에서는 효율이 높은 모양입니다. 소스도 개별 포장이 아닌 소스 병에 담길 걸 돌려 사용합니다.
역시 햄버거 가격은 좀 비싼 편입니다. 패티가 2종류 들어있는 더블 버거를 주문했습니다. 햄버거 패티와 치킨 패티가 한 장씩 들어있고 치즈도 듬뿍 들어간 버거입니다.
역시 쟁반 위로 시트지 같은 건 없이 그냥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올라왔습니다. 쟁반 위 빈 자리는 콜라병을 위한 자리일까요?
빵에는 하얀 가루가 좀 올라와있는데 치킨헛 보다는 빵이 좋아 보였습니다. 양상추와 토마토도 올라와있군요. 역시 튀김 솜씨는 좀 거칠고 기름이 많이 남아있는 느낌이지만 맛도 좋고 양도 많았습니다.
볼레공항의 버거킹
2021년 가을의 볼레국제공항 면세구역입니다. 공항 탑승 게이트 주변으로 낯익은 로고의 현수막이 눈에 들어옵니다. 버거킹이 곧 오픈한다는 현수막입니다.
그리고 해가 바뀐 2022년 여름, 버거킹이 볼레공항 면세구역에 문을 열었습니다.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전 세계 어디의 버거킹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분위기였지만 손님은 거의,, 전혀 없었습니다.
가격도 꽤 비싼 편이었고 굳이 공항 면세구역에서 뭘 먹을 사람들도 많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오랜 기간 영업을 해온 유료 라운지가 있어서 식사를 하려는 여행객들은 라운지로 갈 가능성이 높았죠.
햄버거 같은 서양 문화가 흔한 대중음식이 되기에는 에티오피아의 고유 문화가 아주 강력한 모양입니다. 물론 햄버가 값이 보통의 밥값보다 비싼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