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항공 탑승기 (2018)
인천국제공항과 에티오피아항공
에티오피아항공은 비행기 출발시각이 새벽 1시입니다. 전날 밤 9시 정도면 체크인 카운터가 문을 여는데, 대략 이 시간대에 출항하는 비행기는 에미레이트항공과 에티오피아항공 정도, 그리고 요일이 맞으면 에티하드항공 카운터가 문을 연 모습도 볼 수 있죠. 이 시간대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많지 않아 체크인 카운터도 한산할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비행기 안에 사람이 적게 탄다는 건 아닙니다.
모두가 잠든 인천국제공항
수속을 마치고 면세구역에 들어가면 거의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면제구역의 매장들은 오후 8시 30분 정도면 파장 분위기가 됩니다. 대략 문을 연 곳은 담배와 술을 파는 매장 한두곳, 그리고 스타벅스, 롯데리아 정도입니다. 사진속 스타벅스는 밤 11시가 넘었을 때 모습인 것 같네요. 24시간 영업은 아니니까요. 햄버거를 찾는 손님이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롯데리아는 24시간 영업을 합니다.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하실 계획이신 분들은 인터넷 면세점이나 시내 면세점에서 선구입 후 공항에서 찾는 방법이 최선일 것 같네요. 면세물품 인도장은 비행기 출발 때까지 넉넉하게 운영을 하죠.
안녕! 에티오피항공
B787 드림라이너는 처음 타보는 기회입니다. 유럽 출장에는 늘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해서 에어버스 380을 주로 탔었죠. 요즘은 보잉 747을 운항하는 항공사가 많이 줄어들어서 B747 타보기도 힘들어졌습니다. 동남아시아를 오가는 저가항공 비행기는 대부분이 에어버스 320이기도 하죠.
역시 에티오피아항공 이코노미 좌석에도 개인 엔터테인먼트 모니터가 달려 있습니다. 위쪽 사진은 에티오피아로 갈 때, 아래 사진은 에티오피아에서 돌아올 때 비행기입니다. 두 좌석의 모니터 크기가 다르고 기능도 많이 달라보이네요. 아마도 귀국편에 탔던 비행기의 옵션이 더 좋았던 모양입니다.
사실 에티오피아항공은 일본 도쿄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서 몇시간 머물며 우리나라 승객을 태운 후 에티오피아로 날아갑니다. 모두들 내렸다 타기 때문에 대충 봐서는 알 수 없지만, 일본에서 출발해 우리나라에 머문 후 다시 날아가는 거죠. 그 흔적이 개인 모니터 내비게이션에 남아있었습니다. 모니터에는 도쿄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서울을 향해 날아오고 있네요.
나름 괜찮은 에티오피아항공 기내식
에티오피아항공의 기내식은 수준급 이상입니다. 새벽 1시에 비행기가 뜨고 1시간 정도 지나면 저녁식사를 내줍니다. 그리고 기내 소등을 하고 승객들을 푹 재웠다가 도착 2시간 전쯤 조명을 켜고 아침밥을 주죠. 대부분의 장거리 비행기가 비슷한 패턴으로 운영됩니다. 두번째 식판을 치우면 1시간 남짓 남게 되고 착륙 준비가 끝나면 목적지에 내리게 되죠.
어느 비행기를 타나 마찬가지이지만 메인 메뉴와 함께 빵, 샐러드, 디저트가 나왔습니다. 새삼스레 와인을 시켜봤는데 결국 먹지 않고 호텔 방까지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오래 전, 비행 중에 와인을 먹고 선잠을 들었다가 체한 적이 있어서 어지간해서는 비행기 안에서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비행기가 흔들렸는지 밥그릇 사진이 희미하게 나왔네요. 하지만 맛은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게다가 에티오피아항공은 비행기 값이 그렇게 비싸지도 않습니다.
아침 착륙 전 배식받은 두 번째 기내식 사진은 제대로 찍혔습니다. 아침이 되면서 기내도 많이 밝았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충 분석을 해보면.. 계란찜에 소시지, 버섯, 감자.. 뭐 이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침식사이기 때문에 좀 가벼운 느낌으로 구성된 것 같네요.
어느 비행기나 아침식사 단골 구성인 크로와상과 딸기잼, 버터가 나왔습니다. 탄산음료 대신 과일쥬스를 주로 내주죠.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볼레국제공항
에티오피아에 거의 다다랐습니다. 에티오피아, 에리트리아 이 동네를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말하는 뿔의 어감이라가 보다는 아프리카를 억압했던 유럽 대륙을 향해 도전적인 정신을 상징하는 의미라 할 수 있겠죠. 아프리카를 대변하는 선구자적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정부 각료나 종교 지도자들이 간혹 '아프리카의 뿔인 우리 에티오피아가,,' 이런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아직 고도가 높아 바깥 기온이 영하 수십도입니다. 보잉787 드림라이너는 창문이 꽤 크고 전자식 커튼이죠. 손으로 플라스틱 커버를 내리고 올리는 게 아니라, 승무원이 알아서 필요할 때 유리창을 어둡게 만들어줍니다. 물론 버튼을 눌러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데 강한 햇빛을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하죠.
마침내, 12시간을 날아 인류의 고향 에티오피아 그리고 수도 아디스 아바바 그리고 볼레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 주기장의 모습은 선진국 공항과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2018년 당시에는 볼레국제공항의 신청사 공사가 한창이라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신청사도 완공되고 모든 국제선 항공기는 공항 청사와 탑승교로 바로 연결되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에티오피아항공 비행기는 새 비행기이지만 좌석이나 화장실의 관리가 허술했고, 친절하면서도 엄격해야 할 승무원들의 자세가 그리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지인을 통해 들은 이야기지만, 에티오피아항공은 비행기는 새 것이고, 늘 새 비행기를 빠르게 들여오지만 좌석은 예전 비행기에서 쓰던 걸 가져와 다시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네요. 듣고 보니 왜 드림라이너 새 비행기 좌석이 삐걱대거나 푹 쳐져있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난에 허덕이는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과 선진국들의 원조로 얻게 된 시설이나 기자재를 잘 유지하고 관리해야 더 발전하는 나라가 될 수 있을 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