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방랑 2025. 2. 1.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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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스 아바바의 번화가로 꼽히는 에드나몰 교차로입니다. 정면의 핑크색 건물이 에드나몰인데 백화점 같은 규모는 아니고 작은 상점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그럼에도 에드나몰이 랜드마크로 꼽히는 건 영화관 때문입니다. 에드나몰에는 멀티플렉스라고 하기는 살짝 부족하지만 3개의 영화관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모입니다. 그리고 건물 외벽의 대형 전광판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때문에 에드나몰- 하면 아디스 아바바에 짧은 기간 머문 사람도 어디인지 알게 되죠.

 

에드나몰 교차로는 조금 특이한데, 모든 방향으로 번화가가 조성된 것은 아니고, 한쪽 길로는 어둠의 세계라고 할 만큼 밤에는 걸어 다니기 힘든 구역도 있습니다. 에드나몰 뒤편으로는 중상급 호텔들이 여럿 있고 클럽도 몇 개 있어서 밤에는 시끄러운 음악과 흥청거리는 남녀들, 이들에게 성인용품을 파는 잡상인까지 상당히 복잡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이 복잡한 구역의 초입에 괜찮은 4성급 호텔 하모니호탤이 있습니다. 숙박 예약 사이트에 나오는 비슷한 이름의 하모니 게스트하우스와는 전혀 다른 숙소입니다. 

 

 

Home - Harmony Hotel

Few minutes distance from Airport. Newly Furnished & Spacious Rooms Largest Conference and Meeting Rooms 24hrs airport shuttle service High Speed Free WI-FI Highly secure and Safe Harmony Hotel, is a 4 star hotel, conveniently located 1.5 kilometer from Bo

harmonyhotelethiopia.com

 

에드나몰 뒤편 도로를 따라 라마다, 프렌드쉽, 하모니, 케랍 같은 큰 호텔들이 모여있는데 하모니호텔은 4성급 호텔로 라마다호텔이나 프렌드쉽호텔보다는 가격대가 낮습니다.

 

어느 나라를 가거나 항공사 승무원들이 투숙하는 호텔은 괜찮은 호텔로 볼 수 있습니다. 하모니호텔도 외국계 항공사 승무원들이 투숙하는 호텔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부나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에티오피아에 처음 출장을 가면 머물만한 숙소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객실 컨디션도 좋은 편입니다. 비슷한 등급의 호텔들끼리 가격은 엎치락뒤치락하는데 객실의 깨끗함이나 시설의 노후 정도, 조식 서비스 등에서는 하모니호텔이 단연 앞서갑니다. 비슷한 급의 호텔이라 생각하고 돈을 더 내고 투숙한 호텔이 하모니호텔만큼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도 있었죠.

 

아디스아바바 하모니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얼리 체크인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에티오피아항공으로 입국하고 호텔에 도착하면 대략 오전 10시경입니다. 10시간이 넘는 비행으로 피곤에 절어있는데 호텔 체크인이 안된다면 더 피곤한 시간이 이어지겠죠. 하모니호텔은 체크인 시간 이전이라도 객실이 준비되어 있으면 흔쾌히 방을 내주는 자비로움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편의시설과 용품을 갖추고 있습니다. 객실 금고는 물론이고 일회용 슬리퍼에 구두를 닦을 스펀지도 준비되어 있죠. 인터넷은 무선인터넷으로 3개의 기기까지 연결 가능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줍니다. 에티오피아 호텔 객실들은 보안에서는 대체적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호텔 직원들이 손님의 짐을 뒤지는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객실 금고를 이용하지 않아도 분실이나 도난의 위험은 없습니다. 그래도 금고가 있다면 더 안심이 되기는 하겠죠. 

 

에티오피아의 전원 플러그는 우리나라 플러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 플러그도 꽂을 수 있도록 되어있는 곳이 많은데, 이게 손님을 배려한다기보다는 있는 자재를 아무거나 가져다 쓰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기는 합니다. 어찌 되었든 우리나라 가전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아주 편리한 거죠. 하지만 전기 규격이 우리나라 60Hz가 아닌 50Hz이기 때문에 가전제품을 오래 사용하면 고장이 날 수도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저가형 숙소는 중앙 보일러 방식의 온수 공급이 아닌 객실마다 설치한 순간 온수기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하모니호텔은 중앙 급탕식으로 언제든지 뜨거운 물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죠. 수건이나 어메니티도  품질이 좋습니다. 에티오피아를 처음 방문했을 때, 수돗물에도 병균이 있을까 봐 생수로 양치를 하곤 했는데 기본적으로 에티오피아 수돗물은 안전하다고 합니다. 물을 저장하는 물탱크의 상태도 중요한데 하모니호텔처럼 손님이 많은 곳은 물탱크의 물도 빠르게 순환하기 때문에 안전합니다.

 

하모니호텔의 또 하나의 장점은 냉난방이 가능한 공조시설이 방마다 설치되어 있다는 거죠. 아디스아바바는 해발 2500미터가 넘는 고지에 위치해 있어 1년 내내 선선한 날씨가 이어집니다. 굳이 냉난방 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없는 기후라 4성급, 5성급 호텔 중에도 객실에 에어컨, 히터가 없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객실 밖 복도는 객실보다는 조금 오래된 느낌입니다. 호텔 1층에는 수영장과 헬스클럽도 있습니다. 투숙객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막상 가보면 별도의 카드키가 필요하기도 하고 현지인 회원들과 차별을 두는 것 같아 조금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호텔 2층의 식당입니다. 오전에는 조식을 서비스하고 저녁에는 보통의 호텔 레스토랑이 되죠. 하모니호텔의 조식은 훌륭합니다. 에티오피아 전통 음식과 서양 음식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고 과일도 넉넉합니다. 비슷한 급의 호텔 조식에서는 주지 않는 요플레 같은 떠 먹는 요구르트도 가득 쌓여있죠.

 

시리얼을 떠먹는 요구르트에 비벼 먹는 게 우유에 말아 먹는 것보다 더 맛있습니다. 마침 하모니호텔에도 시리얼과 요구르트가 있어 매일 하나씩 비벼 먹었죠.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나라이다 보니 작은 호텔이라도 조식에 커피가 항상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조식의 마무리로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약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비교적 격이 높은 호텔이라 조식 오믈렛 서비스도 있습니다. 셰프 앞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주문만 해두면 직원이 테이블까지 가져다줍니다. 비슷한 급의 겟팜호텔은 달걀 프라이와 오믈렛을 미리 만들어 쌓아 두는 것에 비해 하모니호텔은 바로 만들어 가져다주기까지 하니 더 좋았습니다.

 

보름 정도 하모니호텔에 머물렀는데 토요일 오후쯤 객실에서 밀린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데 꽤 직급이 높아 보이는 매니저 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내용인 즉 호텔에  불편한 게 없느냐는 질문입니다. 뭐든지 작은 거라도 이야기를 해달라 하는데, 아주 신중하게 묻고 듣는 자세에 호텔에 대한 신뢰가 폭증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휴일 저녁시간, 한 번은 노크 소리에 문 밖을 보니 어린 여직원이 찾아왔습니다. 초콜릿 서비스라며 바구니에 든 초콜릿을 몇 개 집어주길래 얼른 팁 1달러를 쥐어주었습니다. 하모니호텔은 초콜릿을 침대에 올려주는 서비스는 없었는데,, 싶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초콜릿 서비스 여직원은 진짜 초콜릿을 돌리는 서비스라기보다는 초콜릿을 주고받는 팁으로 돈을 버는 아르바이트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디스아바바 길거리에는 이런저런 물건을 떼다 파는 잡상인들이 많습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초콜릿을 받아와 투숙객에게 몇개 주고 팁을 받으면 초콜릿 값을 빼고도 수익이 남는 구조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호텔에서는 인건비를 쓰지 않고도 초콜릿 서비스를 할 수 있고, 아르바이트 입장에서는 별다른 위험 없이 소소한 수입을 얻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모니호텔은 객실이 비교적 넓은 편이라 라면 같은 간편식을 먹기도 편합니다. 물론 라면 끓일 물은 생수를 사다 써야 하죠. 전기가 우리나라와 같은 220볼트이긴 하지만 헤르츠가 달라 물이 좀 늦게 끓는 거 아닌가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먹는데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하모니호텔 가까운 건물에 슈퍼마켓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서 객실에서 뭔가를 먹으려면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큰 슈퍼마켓을 들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호텔에서 오래 머무는 분들 중에는 마음 편하게 호텔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도 있지만 아디스 아바바는 우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기 때문에, 적당히 빨아서 말리면 굳이 세탁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게다가 1년 내내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기 때문에 옷이 땀으로 오염될 일도 거의 없어 적당히 헹구듯 빠는 걸로 충분합니다. 하모니호텔은 다리미와 다리미판도 무료로 대여해 주기 때문에 활용하면 좋습니다.

 

에티오피아 호텔 대부분은 냉장고가 없습니다. 있다 하더라도 성능이 좋지는 않습니다. 에티오피아에도 콜라와 환타가 있습니다. 슈퍼에서 사온 환타 파인애플맛, 오렌지맛 병입니다. 낯선 암하릭 글자, 익숙한 환타 맛이 묘한 조화를 이루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병 음료를 에티오피아에는 흔하게 볼 수 있어 좋습니다. 

 

호텔 복도에서 내려다 본 건너편 주택가의 모습입니다. 양철 슬레이트로 엮은 지붕과 담벼락은 에티오피아의 흔한 풍경입니다. 햇볕이 내리쬐면 집 안이 아주 더워지고, 폭우가 내릴 때는 지붕 때리는 빗소리가 아주 크게 들린다고 하죠.

 

그냥 보기에는 알 수 없지만, 상하수도 시설이 집들이 많아서 물도 다른 곳에서 길러다 쓰고 화장실도 재래식인 곳들이 많습니다. 호텔과 맞붙어 있기는 하지만 호텔 내부와는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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