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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 해외여행 노하우

기내식 탐구 1

by 생기방랑 2021.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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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는 재미 중 하나는 기내식입니다. 그냥 일상생활 속에서 그렇게 사 먹으라 하면 선뜻 내키지 않을 수도 있는 맛이지만 기내에서는 늘 기다려지는 이벤트 중 하나입니다. 

중국국제항공 인천-북경 노선의 기내식 (2008) 우리나라 브랜드의 후식과 생수가 구성되어 있네요.

밥을 먹는 동안 지루한 여행시간이 조금이라도 빨리 흘러가게 느껴지니까 기내식이 기다려지는 걸 수도 있겠죠. 작은 쟁반에 아기자기하게 담겨 나오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기도 하죠.

 

아래 사진은 2005년, 받아 먹었던(!) 스칸디나비아항공 SAS 북유럽 노선의 기내식입니다. 단거리 노선이다 보니 장거리 노선에서 만나는 풀코스 기내식이 아닌 스낵에 가까운 메뉴 구성입니다. 비주얼이 이렇게 예쁜 기내식 패키지는 이 여행 전후로 다시는 보지 못했답니다. 

스칸디나비아항공 SAS 기내식 (북유럽 구간 2005)
스칸디나비아항공 SAS 기내식 (북유럽 구간 2005)

 

모든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주는 건 아니더라구요. 국내선 비행기는 기내식 따위는 없고 물 대신 음료수라도 한잔 따라주면 비싼 값을 하는 기내 서비스가 되지요. 오래전, 대한항공은 아침 첫 비행기를 타면 머핀 한 덩어리를 식사 대용으로 나눠주기도 했는데 IMF라는 좋은 핑계를 이용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항공사들이 코로나를 핑계로 음료 서비스를 중단했죠.

 

제주항공은 창사 초기에 감귤쥬스를 주기도 했고, 에어부산은 주스는 있는데 콜라는 없는.. 이런 형태로 운영되기도 했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배식 (프랑크푸르트 행 2009)

모든 비행기가 3시간이 넘어가는 비행을 하면 기내식을 주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일본 오사카에서 오키나와까지 3시간이 넘는 비행기를 탔는데 아무것도 안 주더군요. 미국 뉴욕에서 LA로 가는 6시간짜리 국내선에서도 아무것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냥 혼자 내린 결론은, 국내선은 기내식을 안주는 구나.. 였는데 칠레 산티아고에서 푼타아레나스까지가는 국내선 비행기에서는 간단한 기내식을 받아먹기도 했습니다.

칠레  산티아고 - 푼타 아레나스 구간 국내선 기내식 (2007)

 

저가항공이 나오기 전까지는 국제선은 무조건 기내식 한 끼는 주는 게 불문율 같았습니다. 부산에서 일본 후쿠오카로 가는 노선만 제외하고 말이죠. 부산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비행기에서는 기내식이 없고 면세품 판매도 없고 음료만 한잔 줍니다. 이유는.. 비행시간이 너무 짧아서 승무원들이 기내식을 나눠주고 승객이 먹고 다시 승무원들이 기내식 식기를 수거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거죠. 부산-후쿠오카 노선은 비행기가 순항하는 시간이 20분 남짓으로 부산-서울 비행보다 짧다고 합니다.

 

저가항공이 대중화되면서 돈 주고 사먹어야 하는 기내식도 요즘 많이 늘었습니다. 아시아 저가항공의 선두주자인 에어아시아가 대표적인 기내식 판매 항공사로 꼽히지요. 

에어아시아 기내에서는 기내식이나 간식, 음료를 사먹는 게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다들 눈치를 보다 승객 한 두명이 먼저 음식이나 음료를 사고 나면, 너도나도 승무원을 호출해 음식을 사 먹습니다. 인기가 좋은 컵라면 같은 건 금방 재고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주는 항공사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중국동방항공을 타고 상하이에서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식사 후 받은 아이스크림콘, 하겐다즈는 홍콩에서 돌아오는 길에 받은 아이스크림입니다. 그냥 매장에서 파는 것보다 꽁꽁 얼어있어서 먹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지만 기내식 후에 따라오는 아이스크림은 몇몇 항공사에서만 제공하는 작은 사치에 가깝죠.

중국동방항공 상하이-홍콩 노선의 아이스크림 후식 (2014)

홍콩을 허브공항으로 하는 캐세이퍼시픽도 홍콩에 가까워지면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주곤 했는데 요즘은 탈 일 없어서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기내식은 대략 비행시간 6시간을 기준으로 1끼와 2끼가 나뉜다고 하죠. 6시간 이내는 1끼의 식사를 제공하고 간단한 스낵류를 추가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유럽이나 미국으로 장거리 노선을 타게 되면 2끼의 식사가 나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동남아시아로 가는 단거리 비행에서 에어부산은 '기내식 무료'라는 홍보 문구를 내세우고 브리또 같은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에어부산 부산-다낭 노선에서 제공하는 스낵류 (2018)

유럽이나 두바이로 가는 노선을 기준으로 하면 비행시간이 대략 9시간~12시간 정도가 됩니다. 2끼 정도의 식사가 나오는데 출발하는 국가의 시간에 맞춰 1끼, 그리고 도착하는 국가의 시간대에 맞춰 1끼가 나옵니다.

 

에미레이트항공을 타면 밤 12시에 인천을 출발하게 되는데, 비행기가 순항 단계에 들어서면 '밤이니까' 저녁식사가 나오고, 두바이에 도착할 때쯤 되면 '새벽(아침)이니까' 아침식사가 나옵니다. 아무래도 아침식사는 저녁식사보다는 간단하게 죽이나 오믈렛, 그리고 요거트와 과일류가 구성됩니다. 

에미레이트항공 인천-두바이 구간의 저녁식사 (2020)

위의 사진은 2020년 11월에 코로나를 뚫고 탔던 두바이행 에미레이트항공의 저녁 기내식입니다. 닭고기 메뉴를 받았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콜라를 큰 병에서 따라주지 않고 작은 캔을 그냥 주었습니다.

 

 

에미레이트항공 인천-두바이 구간의 아침식사 (2020)

위의 사진은 아침식사입니다. 두바이에 내리기 약 2시간 전에 객실의 조명을 켜고 아침식사 배식을 시작합니다. 오믈렛과 죽, 2가지가 보통 나오는데 오믈렛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하거나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외국 항공사라도 김치나 고추장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기내식 패키지에 함께 오는 게 아니라 승무원의 배식 카트에 따로 실려오기 때문에 김치나 고추장이 필요하시면 식사를 받을 때 요청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에미레이트항공 인천-두바이 구간의 저녁식사 (2020) - 김치를 따로 받았습니다.

어떤 승무원은 김치 드릴까요 라고 승객 한 분 한 분에게 물어보며 배식을 하는데, 외국인 승무원들 중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한번은 외국인 남자 승무원이 김치를 요청하는 승객에게 김치를 나눠주면서 '이걸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계속 짓기도 했었습니다.

에미레이트항공 인천-두바이 구간의 아침식사와 함께 받은 고추장 튜브, 김치 (2019)

 

 

 

에티오피아항공 인천-아디스아바바 구간의 저녁식사 (2018) 샐러드 드레싱은 오뚜기, 후식은 해태 아이비 크래커네요.

 

기내식의 흥미로운 점 하나는 우리나라를 출발지 또는 도착지로 하지 않는 완전한 외국 간 비행에서는 낯선 음식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서양식 위주의 메뉴 구성은 당연하기도 하겠지만, '내가 완전히 우리나라 문화권을 벗어났구나' 하는 느낌을 주기도 하죠.

에미레이트항공 두바이-아디스아바바 구간의 점심식사 (2020)

에미레이트항공은 이슬람 문화권의 항공사이기 때문에 모든 식재료가 이슬람 율법에 따른 하랄 식품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느끼기에 별다른 점은 찾을 수 없죠.

 

탈 때마다 후식으로 나오는 치즈와 비스킷은 기내에서 먹기보다는 호텔 방에서 일을 하다 먹는 간식 역할을 하네요.

에미레이트항공 두바이-아디스아바바 구간의 점심식사 스낵류 (2020)

 

이코노미석에서는 기내식의 선택 범위가 매우 한정적입니다. 비프 또는 피시, 비프 또는 치킨.. 대략 이 정도가 전부죠. 2가지 메인 메뉴 중에 하나를 고르게 되고, 나머지 에피타이저나 빵, 후식류는 동일합니다.

에미레이트항공 두바이-아디스아바바 구간의 점심식사 (2019)
에미레이트항공 두바이-아디스아바바 구간의 점심식사 (2019)

 

아래 이미지는 에미레이트항공 홈페이지에 게시된 기내식 메뉴 샘플입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이 메뉴를 나눠주지 않지만 (몇몇 항공사는) 탑승 직후에 승무원들이 이 메뉴판을 나눠주며 손님들의 기내식 이해를 돕지요. 내용은 복잡한 것 같고, 뭘 많이 주는 것 같지만 아닙니다.

아래 메뉴에는 디너와 아침식사가 있는데 애피타이저 디저트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그냥 나오는 거고, 메인 코스에서 치킨 불고기냐 비프 스트로가노프냐를 고르는 게 전부입니다. 아침식사도 스크램블 에그 또는 야채죽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는 거죠. 

에미레이트항공 홈페이지에 게시된 기내식 메뉴 샘플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을 타면 미역국에 비빔밥이 나오기도 하지만 외국계 항공사에서는 한식을 차용한 불고기 정도가 전부이고 김치나 고추장을 얻어먹을 수 있으면 그나마 한식에 가까운 셈입니다.

 

하지만 외국계 항공사에서 기내 인테리어나 승무원 복장과 함께 기내식에서도 그 나라의 문화를 엿볼 수 있기 때문에 나름의 매력을 찾을 수 있죠.

 

아래 사진은 2007년 칠레 최남단의 도시 푼타 아레나스에서 남극반도 칠레 프레이공군기지로 향하는 군용기 안에서 얻어먹은 기내식입니다. 

칠레 푼타 아레나스 - 남극 칠레기지 간 군용기에서 나온 기내식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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