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생기방랑
생기방랑 여행기/에티오피아 - 인류의 고향을 찾아서

[아디스아바바 호텔 리뷰] 안드로메다 호텔 Andromeda Hotel

by 생기방랑 2021. 10. 30.
반응형

최근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작은 규모의 새로운 호텔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의 비즈니스호텔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인테리어와 깔끔함, 세련된 서비스가 놀라울 정도죠.

오늘 소개할 호텔은 아디스 아바바의 동남쪽 하야훌렛 지역에 위치한 안드로메다 호텔입니다. 호텔 예약 사이트인 아고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1박 숙박비는 25달러로 매우 저렴합니다. 방랑객이 단골로 묵었던 호텔의 단골손님용 요금이 30달러 수준인 걸 감안하면 훨씬 저렴하고 시설도 매우 매우 좋습니다.

 

 

Andromeda Hotel · Africa Ave, Addis Ababa, 에티오피아

★★★★★ · 호텔

www.google.com

 

 

단점이라면 번화가 큰 길가에 있는 호텔이 아니라 큰 길에서 골목 쪽으로 100여 미터를 들어와야 하고, 주변에 외국인이 쉽게 갈만한 식당이나 슈퍼마켓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25달러 내외라는 매력적인 숙박료와 내부 시설을 고려한다면 선택을 주저할 이유가 없는 조건입니다.

방랑객이 주로 머물던 호텔은 5층짜리이지만 엘리베이터도 없었는데, 안드로마다호텔은 깔끔한 엘리베이터도 있습니다. 객실 복도의 인테리어는 하얀색으로 깨끗하게 마감되어 있고 곳곳에 포인트를 주는 장식들도 눈길을 줄만 합니다.

각 층마다 7~8개의 객실들이 있고 각 방의 프라이버시가 잘 지켜지게끔 객실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아침에 창문너머로 햇살이 들면 객실 복도도 나름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모든 객실 문은 RF카드키로 되어 있고, 에티오피아의 대부분 호텔이 그렇듯 카드키에 손으로 객실 번호를 쓴 카드키를 사용합니다. 

객실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방랑객이 묵었던 506호는 싱글룸으로 예약을 했지만 더블룸의 크기였죠. 에티오피아의 도오쿄인 정도로 생각하면 무리도 오해도 없을 듯합니다.

 

객실 크기는 침대와 사이드 테이블 공간이 객실 폭의 전부입니다. 오른쪽으로는 옷장과 객실 금고, 그리고 냉장고가 있죠. 25달러짜리 호텔 객실에 금고와 냉장고가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죠. 에티오피아는 냉난방 시설이 없는 호텔이 대부분이고 냉장고도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날씨이기 때문에 저가형 숙박시설에는 냉장고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침대 발 밑쪽으로 TV와 간단한 작업이나 식사를 할 수 있는 붙박이 테이블과 의자가 있습니다. 25달러짜리 호텔 방에서 대단한 일을 하려 한다면 비좁을 수 있겠지만 방랑객은 별다른 불편이 없었습니다.

침대 머리맡 벽면에는 방 전체 전등을 켜고 끌 수 있는 스위치가 있고, 전 세계 어느 플러그 타입도 사용할 수 있는 콘센트와 USB 충전 포트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이 콘센트와 충전 포트는 침대 좌우에 하나씩 있어 더욱 편리하죠.

 

체크인을 할 때 매니저가 자랑했던 스마트TV입니다. 아디스 아바바에 새로 생긴 호텔들은 대부분이 이런 스마트TV를 도입한 것 같습니다. 일반 TV 채널은 물론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볼 수 있고, 아예 TV 리모컨에 유튜브와 넷플릭스 단축 버튼이 들어가 있죠. (넷플릭스는 개인 아이디가 있어야겠죠?) 

화장실도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에티오피아의 호텔들 중 상당수는 중앙 공급식 보일러로 온수를 공급하는 게 아니라 각 객실마다 순간온수기를 사용합니다. 순간온수기의 최대 단점은 온수기가 미리 데워놓은 온수를 다 써버리면 미지근한 물이 나온다는 건데, 샤워를 오래 하거나 두 사람이 연이어 뜨거운 물을 쓰려고 하면 불편을 겪게 되죠. 

그래서 방랑객은 에티오피아 호텔을 고를 때 미리 사진을 살펴보고 화장실에 순간온수기가 보이면 일단 우선 순위에서 빼고 보는데, 안드로메다호텔의 객실에는 순간온수기가 보이지 않아서 중앙공급식 보일러가 있는 호텔로 착각을 했었죠.

 

객실에 들어와 보니, 사진에 보이지 않는 변기 위쪽으로 순간온수기가 붙어 있었습니다.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막상 며칠 동안 써보니 전혀 불편함이 없었네요. 다른 호텔들에 비해 순간온수기도 훨씬 큰 제품이 붙어있는 걸로 보아, 온수 저장량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매일 갈아주는 수건과 호텔 로고가 찍힌 비누도 깨끗하고 쓸만했습니다. 욕조가 있는 호텔은 아니고, 샤워기 수압은 충분했으며 하나 아쉬운 점은 바디샤워 물비누 관리가 조금 소홀할 듯했던 부분입니다. 물론 방랑객은 비누 하나로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해결이 가능한 종족이기 때문에 불편함은 없었지요.

밤이 되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큰길로 나가면 긴 도로를 따라 수많은 가게들이 불을 밝히고 있어 그리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의 명물 소매치기는 언제든지 어디든지 존재하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죠. 소매치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 소매치기로 변신하는 기능보유자들도 많아 보입니다.  

 

창문을 너무 오래 열어두면 모기가 들어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안드로메다호텔은 다른 호텔들에 비해 모기가 더 자주 보이고 더 공격적인 것 같습니다. 아디스아바바는 해발 25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에 있기 때문에 모기가 많지 않고, 있는 모기들도 굳이 사람을 물려고 하지 않는 소극적인 성향을 많이 보았는데 안드로메다호텔의 모기들은 그 보다는 공격 성향이 강했습니다. 덕분에 잠을 좀 설치기도 했죠.

안드로메다호텔의 모기는 눈에 보이면 잡는 게 좋고, 사람의 힘으로 잡기 어렵다면 프론트 데스크에 부탁해서 모기약을 뿌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동쪽으로 난 창의 아침 풍경은 이렇습니다. 해가 뜨기는 하는데 일출을 보기에는 앞에 큰 건물들이 막아서고 있어 어렵습니다. 옥상이나 루프탑 테라스가 있을까 싶어 올라가 봤는데 경사진 지붕이 있는 구조로 옥상에 올라갈 수는 없었습니다.

안드로메다호텔 주변은 단층짜리 양철 지붕 건물들이 많고 대부분이 주택이거나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작은 가게들입니다.

 

안드로메다호텔은 객실 외의 부대시설이 거의 없는 호텔이기 때문에 로비에서는 아침식사만 할 수 있습니다.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는 있지만 호텔에서 만들어 파는 점심이나 저녁식사는 없다고 할 수 있죠. 로비에 있는 냉장고에 병 음료수가 있어서 이걸 사 먹을 수는 있습니다.

안드로메다호텔의 아침식사는 25달러라는 숙박비에 한번 더 놀라움을 더하게 합니다. 많은 음식이 나오지는 않지만 비즈니스호텔의 관점에서는 훌륭합니다. 커피와 빵이 있고, 에티오피아 어느 호텔에 가나 있는 비슷한 토스터기가 있습니다. 

이 토스터기는 빵을 넣고 아래 동그란 손잡이를 올려야 빵이 토스터기 안으로 들어갑니다. 오른쪽에 있는 타이머를 1,2,3,4,5 돌려 빵 굽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데, 타이머가 고장 났거나 혹은 너무 오래 구워서 연기와 함께 숯검댕이가 나오는 경우가 많지요. 처음 겪는 손님은 당황해하지만 늘 보아온 호텔 직원들은 별 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빵과 커피 외에도 안드로이드호텔의 아침식사에는 3~4가지 요리가 더 나옵니다. 이 날은 에티오피아 귀리를 양념한 밥과 콩으로 만든 에티오피아 전통 음식은 슈로, 인제라에 양념을 한 피르피르, 그리고 볶음밥이 나왔습니다.

아디스 아바바 호텔을 돌아다니다 보면, 의외로 현지인 여행객이 많은 걸 알 수 있습니다. 안드로메다호텔도 현지인 투숙객을 위주로 한 호텔인 듯하고 그러다 보니 음식들도 에티오피아 손님들에게 더 어울리는 음식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음식의 맛과 향을 '그 나라의 문화'로 생각하고 우리의 입맛을 내려놓은 채 편견 없이 받아들이면 세상 어디를 가나 못 먹을 음식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에티오피아 음식은 대부분이 중립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 어느 문화권에 살던 누구라도 쉽게 적응하고 맛을 느낄 수 있는 장점도 있죠.

과일도 푸짐합니다. 오렌지, 수박, 딸기, 바나나까지.. 25달러짜리 호텔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스케일의 아침식사가 이어집니다.  

여기에 아침식사를 거드는 주방 직원들에게 부탁을 하면 따끈한 달걀 프라이나 오므라이스도 먹을 수 있습니다.

아침식사를 놀랍게 만드는 또 하나, 바로 과일주스입니다. 아디스 아바바의 어느 호텔에 가나 아침식사에 따라오는 과일주스는 에티오피아를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죠. 설탕이나 물을 탈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 갈아 나오는 과일주스를 마시다 보면 에티오피아가 커피의 나라임을 잊기도 합니다.

이 날도 아보카도 주스와 파파야 주스가 나왔습니다. 가끔은 쥬스병을 툭툭 쳐야 쥬스가 흘러나올 정도이고 숟가락을 떠먹는 게 좋을 정도로 진합니다. 증점제를 넣어 더 걸쭉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공장 망고주스는 정크푸드에 가깝습니다.

로비의 인테리어도 훌륭합니다. 아침식사를 할 테이블도 많이 놓여있고 디자인도 좋고 편안하기 때문에 아침식사는 물론 이후 시간에 짧은 미팅이나 일을 하기에도 좋습니다.

복도에 걸려있는 신비로운 장식물들. 조개껍질로 만든 이 작품은 어디서 온 조개로 만들었을까요? 에티오피아는 내륙국가이기 때문에 바다가 없죠. 이 조개 장식물은 에티오피아 호수에서 나는 조개로 만들었을까요? 아니면 그냥 주요 교역국가인 두바이에서 사 온 걸까요?

25달러 전후의 가격대인 안드로메다호텔, 비즈니스 목적이나 호텔 방에서는 거의 잠만 자고 외부에서 활동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적당한 숙소입니다. 밤문화를 즐기거나 가까운 곳에 외국인을 위한 식당이 많은 호텔을 찾는 분께는 어울리지 않겠지만요.

아디스아바바 동쪽이나 남쪽 지역에서 일을 하고 호텔 생활에 큰 욕심이 없는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경험해볼 만한 호텔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