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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레이트항공 비즈니스클래스 - 마일리지 업그레이드 탑승기 #2

by 생기방랑 2021.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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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레이트항공 비즈니스클래스 - 마일리지 업그레이드 탑승기 #1

에미레이트항공 마일리지가 5만 마일이 약간 넘게 쌓였습니다. 2018년부터 에티오피아를 7번 넘게 왕복하면서 쌓인 마일리지인데요, 오는 12월 말에 7천 마일 정도가 소멸된다는 메시지가 계속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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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끝까지 덮고도 남을 포근한 이불을 휘어 감고 좌석을 길게 펼쳐 누워있습니다. 에미레이트항공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의 모니터 밑으로는 투명한 서랍장이 있습니다. 이 안에는 에비앙 생수가 2병 들어있고 안대와 기내 양말이 들어있습니다. 방랑객은 이코노미 좌석에서도 안대나 기내 양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서랍장 안에 있는 안대와 기내 양말도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다. 물론 비행기에서 내릴 때에는 블로그에 쓸 사진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챙겨서 내렸죠. 당장 마실 것도 아니지만 에비앙 생수도 모두 들고 내렸습니다.

옆 좌석과의 칸막이는 미니바를 겸하고 있습니다. 윗칸에는 작은 페리에 탄산수가 한 병 들어있고 아랫칸에는 유리컵과 스프라이트 작은 캔이 하나 들어있습니다. 차갑거나 하지는 않고 그냥 수납장입니다. 거품 나는 물을 좋아하는 방랑객은 와인이나 샴페인 대신 탄산수와 탄산음료를 마음껏 마셨죠.

 

승무원들이 좌석마다 돌아다니며 아침식사 주문을 받습니다. 아침식사는 몇가지가 있었는데 방랑객은 오믈렛을 선택했죠. 창가 옆자리에는 에미레이트 축구연맹의 코치님 한분이 앉아있었는데 일어날 때마다 너무 조심스러워하셔서 제가 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좌석 사이 통로 공간이 너무 좁기도 했지만 옆 승객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 느껴져 고마웠습니다. (나중에 1주일쯤 후에 보니 우리나라 축구대표팀과 경기를 했고 1:0을 졌다는 소식이 들렸네요.)

사진 속에 살짝 찍힌 분은 코치 중 한 분 같았는데 누군지 찾을 수가 없어서 싸인을 받는 따위는 하지 못했네요. 에미레이트항공은 기내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데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이 줄어들어서 축구팀 검색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비즈니스 클래스 기내식과 이코노미 클래스 기내식의 차이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식기류와 식탁보가 가장 큰 차이로 느껴집니다. 격식을 갖춘다고 할까요? 식판을 펼치면 하얀 면 소재의 테이블보를 먼저 깔죠. 그리고 모든 그릇은 도자기 그릇입니다. 원양어선에서는 선장님만 도자기 그릇에 밥을 먹는데 (나머지 사관 선원들은 스테인리스 그릇) 비즈니스석도 그런 예우를 해주는 거겠죠.

크루아상도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것보다는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잼은 작은 병째 나왔고 일회용 용기에 담긴 버터는 일회용 용기를 담는 도자기 종지에 얹혀 나왔네요. 소금과 후추도 전용 용기에,,,

 

 

돈이 좋기는 좋은 모양입니다. 돈만 있으면 땅에서나 하늘에서나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두바이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에미레이트항공의 비즈니스석 아침식사, 오믈렛과 베이컨, 토마토, 감자가 나왔습니다. 오렌지 주스도 뭐라 뭐라 고급 제품이라는 이야기를 해주던데 잘 알아듣지는 못했습니다. 맛으로 평가하자면 아쉽게도 베이컨이 너무 기름져서,, 억지로 다 먹었다는 뒷 느낌입니다. 역시 방랑하는 나그네는 일반석 기내식이 수준에 딱 맞는 것 같네요.

 

느끼한 속을 달래기 위해 콜라를 한 잔 더 얻어 마셨습니다. 창 밖으로는 서서히 동이 터오기 시작하네요. 두바이를 떠난지 2시간 정도 된 듯한데, 아마 터키 정도에 해가 뜨지 않나 생각해봤습니다. 비즈니스석에는 신혼부부 한쌍과 방랑객 외에는 모두 에미레이트 축구연맹 선수와 코치들입니다. 돈 많은 나라 국가대표들이라 그런지 이런 호화로운 아침식사도 마다하고 그냥 자는 선수들이 훨씬 많습니다. 나그네 수준의 승객에게는 모든 순간이 다 구경거리인데 말이죠,,

 

옆자리의 코치 아저씨는 간단히 식사를 하고는 와인을 한잔 주문해 마십니다. 빛깔은 고운데 별로 끌리지는 않네요. 무슨 맛으로 술이라는 걸 마시는지 방랑객은 아직도 이해를 못 하고 있죠.

 

아침식사도 거하게 마쳤고 이제 4시간 이상을 아무런 이벤트 없이 홀로 놀기로 보내야합니다. 영화를 하나 틀어놨는데 뭘 틀었는지도 모르겠고, 옆 자리 코치님은 잠을 청하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운동을 해야 하는 분들이라 충분한 휴식이 중요하겠죠.

 

승무원이 너트 한 접시와 스프라이트를 가져다 주셨습니다. 홀짝홀짝 마시며 너트도 먹어봤는데, 출발 전 라운지에서 시간을 때우며 한참을 먹어댔고, 기내식 아침식사도 많이 먹은 탓에 많이 먹을 수는 없었네요. 결국에는 다 버리게 될 텐데 아까워라,,

 

도착까지 2시간 30분 정도 남았네요. 아마 중국 서부의 어디쯤을 날고 있을 것 같은데 승무원들이 점심식사를 준비합니다. 아침식사처럼 승객마다 뭘 드실 건지를 먼저 물어본 후 음식을 준비해 가져다 줍니다. 이코노미석처럼 카트에서 바로 꺼내 주는 게 아니라 미리 주문을 받고 약간의 조리과정을 거쳐 가져다주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지요.

 

애피타이저입니다. 비몽사몽 간에 먹던 너트는 살짝 옆으로 치우고, 테이블보를 깐 커다란 쟁반에 샐러드와 애피타이저가 먼저 나왔습니다. 치킨 샐러드입니다.  

 

이 샐러드 접시 절반이 비어있는 걸로 보아, 분명 샐러드 야채를 이 접시에 부어서 잘 섞어먹으라는 것 같습니다. 처음이지만 능숙한 척,, 야채를 접시로 옮겨 담아 봅니다.

 

행복하게도 샐러드 소스는 방랑객이 평소에도 좋아하는 종류의 소스가 병째로 나왔습니다. 샐러드에 야채 외에도 닭고기도 충분히 들어있어서 이 정도로 한 끼 식사를 마무리해도 될 것 같은 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애피타이저이고 메인 요리인 그릴에 구운 스테이크가 뒷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죠.

 

메뉴를 미리 살펴봤지만 딱히 끌리는 것도 없고,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하여,, 스테이크를 선택했습니다. 음.. 가끔 풀코스 식사가 따라 나오는 행사에서 보았던 스테이크와 유사한 모습입니다. 도톰한 스테이크가 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고 아스파라거스와 감자 등이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네요. 

 

워낙 하이퀄리티를 추구하는 에미레이트항공이니,, 스테이크나 그 밖의 음식 맛은 흠잡을 데 없이 맛있습니다. 비즈니스 클래스와 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항공사에서 얻을 수 있는 1인당 이윤이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보다 훨씬 크다고 하죠. 약간 더 넓은 자리, 화려한 음식은 부럽지만 같은 돈을 쓴다면 비즈니스 한번 타기보다는 이코노미 2번 타고 여행을 한 번 더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물론 돈 많이 벌어서 비즈니스 타고 두 번 여행 가면 더 좋겠지만요~

 

스테이크는 양이 많지 않아서 깔끔하게 먹어치웠습니다. 이번에는 후식으로 과일이 약간 나왔는데, 두바이 에미레이트 라운지에 있던 과일과 종류가 똑같습니다. 아마 같은 과일을 납품받아 나눠 쓰는 모양이네요. 함께 나온 초콜릿도 품격이 느껴져서 안 먹고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나중에 일상으로 돌아온 후 이런 걸 하나씩 꺼내먹으면 여행 갔던 생각이 새록새록 올라오면서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나그네가 불쌍해 보였는지 식기를 다 정리한 후 승무원 한 분이 초콜릿 한 개를 쓰윽~ 더 올려주고 가십니다. (감사해요~)

 

마일리지로 업그레이드해서 타보는 비즈니스 클래스이지만 이것저것 많이 먹고 많이 해봐야 할 것 같아서 인천 도착까지 남은 시간을 부지런히 움직여봅니다. 미니바에서 페리에 탄산수도 꺼내 마시고, 좌석 모양새도 이리저리 움직여봅니다. 

 

드디어 도착시간이 임박했습니다. 기내 조명이 모두 켜지고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비즈니스석의 창문도 모두 활짝 열렸습니다. 착륙 준비를 하라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코로나 이후로 승객이 많이 줄어서인지 에미레이트항공도 두툼한 기내 면세품 잡지를 비치하지 않습니다. 승무원들이 착륙 준비를 시작하는 이 때까 면세품을 살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인데,, 끌리는 물건이 하나도 없는 방랑객은 (돈도 없어요,,) 할 일도 살 일도 없습니다.

 

창문 너머로 어렴풋하게 서해안의 섬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안전하게 도착할 일만 남았네요.

 

 

 

그리고 잠시 후, 인천공항에 착륙했습니다. 오는 내내 비행기가 흔들리는 일도 거의 없었고 비싼 만큼 편안하게 잘 도착을 했네요. 귀국행 비행기를 탈 때는 뭔가 영화를 보다 중간에 극장을 떠나는 것처럼 아쉬움이 있는데 막상 인천에 도착하고 보니 잘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소심한 마음에 마일리지를 언제 쓸까 고민했었는데, 지난 11월 초 귀국길에 사용하길 잘한 것 같네요. 에티오피아에 아무 일도 없었으면 12월 초에 다시 나가야 했을 텐데, 내전으로 인해 외교부에서 에티오피아 여행 철수 권고를 내렸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언제 다시 나갈지 알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이번에도 마일리지를 안 쓰고 아꼈다면,, 아마 올해 말에 7천 마일리지가 사라지면서 마일리지를 사용할 기회마저 놓칠 뻔했습니다.

 

 

에미레이트항공 비즈니스클래스 - 마일리지 업그레이드 탑승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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