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인천공항에서 태국의 휴양지 푸껫으로 출항 준비를 하는 태국 푸껫항공의 보잉 747입니다.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은 3년 후인 2004년에도 갓 문을 연 새내기 공항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멀리 대한항공의 비행기들과 프랑스항공의 비행기가 살짝 보이네요.
인천공항 체크인 카운터의 푸켓항공 카운터 모습입니다. 당시에는 LCD나 LED 같은 평판 디스플레이가 대중화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육중한 브라운관 모니터가 걸려있었습니다. 사진이 찍힌 시각은 오전 8시 35분, 푸켓항공의 9R 604편은 10시 15분에 푸켓을 향해 출발하는 일정이었고 푸켓공항까지는 약 6시간 30분이 걸린 것으로 기억됩니다.
종이 항공권이 이티켓으로 바뀐 지는 아주 오래된 것 같습니다만, 2004년 당시에는 이런 모양의 항공권이 전부였습니다. 구간마다 1장씩 뜯어 사용하는 이 항공권은 뒷면에 먹지 처리가 되어 있어서 도트 프린터가 글자를 새기면 맨 뒷장까지 같은 내용이 프린트되는 방식이었죠. 빨간색으로 찍히는 맨 마지막 장은 영수증의 개념이었습니다. 물론 이 항공권을 그대로 비행기에 탈 때 내는 것은 아닙니다. e티켓을 프린트해서 체크인 카운터에 내고 좌석 번호가 적힌 탑승권을 받는 것처럼 종이 항공권으로 체크인을 하면 빳빳한 탑승권으로 바꿔주었죠.
아주 오래된 일이라 기억은 사라졌지만 이 사진은 당시의 푸켓여행 여정을 기억하고 있네요. 10월 21일 10시 15분에 인천을 떠나고 3일 후인 24일 12시 35분에 푸켓을 떠나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클래스는 일반적인 이코노미 클래스인 Y, 짐으로 보내는 수하물은 1인 20킬로그램 기준이었네요. 당시 여행은 3박 4일 일정의 푸껫 패키지여행, 모두투어에서 24만 원에 팔던 패키지 상품으로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무지개 빛깔로 야자수를 형상화한 푸켓항공의 로고가 출발 전부터 여행객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로고 디자인만 놓고 보면 지금까지도 괜찮은 디자인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2004년 당시 생각하기에도 푸켓에어의 보잉 747은 매우 낡은 비행기였습니다. 안전벨트등이나 머리 위 선반의 모양만 봐도 오래된 비행기라는 걸 알 수 있죠. 비행기 천장도 평평합니다. 새 비행기에 가까울수록 비행기 객실 천장의 디자인은 곡선이 많다고 할 수 있죠.
각 좌석에는 개인형 모니터가 물론 없습니다. 벽면에 프로젝션으로 비행정보와 짧은 영상을 상영해주는 스크린이 있네요. 하지만 6시간 비행 내내 뭔가를 스크린에 보여주는 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비행정보를 보여주려면 기내용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영상을 보여주려면 영상을 어디선가 사야 하는데 당시 푸껫항공은 그런데 신경을 더 쓸 여력이 없는 항공사였을 겁니다.
비행기가 출발하고 기내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당시의 푸켓항공 기내 서비스는 지금 생각해도 별로 부족함이 없어 보일만큼 괜찮았습니다.
먼저 손을 닦을 수 있는 물수건이 나왔습니다. 지금이야 대부분 물수건을 물티슈가 대신하고 있지만, 저 포장지 안에는 면수건이 있었습니다. 이어서 식사 전에 나온 스낵과 음료, 많은 국제선 항공사들이 기내식을 배식하기 전 스낵과 음료를 제공했었는데 요즘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아침 일찍 국내선 비행기를 타면 머핀이나 모닝빵을 주기도 했는데 그런 것도 사라졌죠.
이어서 나온 기내식입니다. 일회용 도시락 용기에 들어있는 기내식이지만 샐러드, 뺑, 버터 등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물과 주스에 푸켓에어 로고까지 들어가 있네요. 플라스틱 커피잔과 역시 플라스틱으로 된 스푼, 포크는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또 놀라운 것 한가지 더, 내릴 때가 가까워지자 간단한 샌드위치와 음료를 또 줍니다. 요즘도 태국 정도 가는 6시간 거리면 기내식 1, 스낵 1을 제공해주는지 잘 모르겠네요.
내려다보이는 산들은 아마 태국 북부 산악지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3박 4일의 저렴한 푸켓 패키지여행은 아무런 문제없이 즐겁게 잘 보냈고 푸켓항공의 비행기 또한 무탈하게 인천과 푸켓을 오고가 주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해가 되자, 푸켓항공이 인천공항에 내야 할 공항 사용료를 내지 못해 비행기가 붙잡혔다는 뉴스가 몇 차례 나왔습니다.
게다가 푸켓항공이 비행기 안전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유럽 국가들로부터 비행금지 조치를 받았다는 소식도 들리더니,, 결국 역사와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네요. 물론 2004년 당시에도 '참 오래된 비행기'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화장실도 요즘 뻥~ 소리와 함께 오물이 씻겨 내려가는 형태가 아닌 물이 회전하면서 씻어내리는 (기차 화장실에 있는) 구형 방식이었고 벽면에는 푸켓항공 이전에 이 비행기가 거쳐간 항공사들의 스티커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으니까요.
아래 사진은 푸켓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길, 푸껫 공항의 푸껫 에어 카운터와 출항 준비를 하는 푸껫항공 보잉 747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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