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공항 라운지에서 쪽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아무도 없네요. 아차차! 시간을 1시간이나 착각을 했네요. 탑승 마감시각에서 1시간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항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받게 되는 탑승권에는 탑승이 시작되는 시각과 탑승이 마감되는 시각이 나와있습니다. Boarding at 은 이 시각에 게이트 문이 열리고 탑승을 시작한다는 의미이고 Gate closes at 은 이 시각이 되면 탑승을 마치고 비행기 문을 닫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눈을 떠 보니 새벽 2시 30분. 그런데 실제 두바이 시각은 새벽 3시 30분이었습니다. 핸드폰 시계 설정을 잘 못해서 현지시각이 아닌 비행기 안에서의 자동로밍 시각으로 세팅이 되어있었던 거죠. (에미레이트항공은 기내에서 위성을 통한 핸드폰 신호가 잡히기 때문에 자동으로 시간표시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설사 못 타더라도 재발권을 하거나 패널티를 물면 다음날 비행기를 탈 수 있고 귀국해서도 아주 급한 일은 없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도 버텨볼 만한 상황이었죠.
라운지 안내데스크로 가서 '시계를 잘못 봤다'라고 말했습니다. 에미레이트항공의 라운지이다 보니 직원들이 제가 아직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여기저기 찾으러 다녔었던 모양입니다.
책임자로 보이는 남자 직원이 시계를 한번 더 보더니 "괜찮다, 지금 가도 탈 수 있다. 내가 연락해놓겠다"라고 하며 안심을 시켜주었습니다. 제가 라운지를 뛰어 나가는 동안, 직원은 무전기로 탑승구에 연락을 하고 있었습니다.
탑승구에는 승객이 아무도 없었고, 직원 한명만이 발을 동동 구르며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거듭하며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제 좌석에는 패키지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일행들이 옆자리가 비어있는 줄 알고 앉아있다가 제가 오자 못마땅한 듯 자리를 비켜주었습니다.
당시 비행기가 A380으로 기내가 크다보니 제가 뛰어들어오는 것도 잘 보이지 않고, 다른 승객들은 제가 늦게 와서 출발을 못하고 있다는 걸 모른 채 그냥 기내 준비가 늦어지나 보다 하고 있었죠.
사실, 이 비행기는 출발 준비를 모두 마치고 승객들에게 어메니티가 들어있는 파우치까지 지급을 마친 상태였죠. 승무원에게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를 했는데 웃는 얼굴로 괜찮다고만 하니 더욱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숨을 헐떡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는데,, 그 이후로는 시계를 핸드폰 시계에만 의존하지 않고 손목시계도 같이 확인하면서 철저하게 시차 관리를 하게 되었답니다.
에미레이트항공이 가능한 긴 시간을 기다려준 덕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귀국을 할 수 있었지만, 만약 버리고 가자는 판단을 했었다면.. 나름 끔찍한 경험이 되었겠죠.
그리고 저를 제외한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기내에서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 테고, 승객이 타지 않으면 그 승객의 짐을 빼고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수하물을 싣고 내리는 직원들도 한바탕 푸닥거리를 해야 했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죄인처럼 여기저기 항공사 카운터를 오가며 다음 비행기표를 사고,, 비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겠죠? 지금 생각해도 아찔~ 합니다. (물론 승객을 버리고 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짐으로 부친 수하물이 있는 경우 승객이 타지 않으면 그 승객의 짐을 내려놓고 출발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환승이거나 직항이거나 다른나라 공항에서는 시간 확인을 철저히 하는 게 좋습니다.. 시차를 착각할 수도 있고 간혹 썸머타임이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내 시계를 믿지 마시고 공항 전광판의 시계를 확인하세요!
만약 탑승시간을 놓쳤다면 항공사 직원, 혹은 공항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 떠나기 직전의 비행기를 이 분들이 잠시 붙잡아 줄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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