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수비교차로를 지키는 돼지국밥 맛집
부산 해운대구 수비교차로의 우동 전통시장입니다. 해운대의 화려한 고층빌딩들과 대비되는 옛 풍경이 드문드문 숨어있는 곳이죠. 우동시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오면 오래된 건물에 걸린 색 바랜 간판이 있으니,, [30여 년 전통 금강국밥]입니다. 주변의 낡은 건물보다도 더 오래되어 보이는 겉모습에서 오래된 식당임을 직감할 수 있죠. 간판도 내걸린 지 꽤 오래되어 사진 속 동물이 소인지 돼지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습니다만 금강국밥은 돼지국밥집입니다.
금강국밥
○ 051)746-4448
○ 주차는 길 건너편 우동시장 공영주차장에
○ 평일 점심시간에는 오후 2시까지 주차단속이 없어서 식당 앞에 주차해도 괜찮다고 하네요
점심시간에는 대기줄을 조금 서야 할 정도로 늘 손님이 많고 저녁에도 돼지국밥 국물에 소주 한 잔 걸치는 손님들이 이어집니다. 입구에 걸린 "수비 벡스코"는 벡스코 인근 수비교차로 골목을 활성화하려고 시청에서 내 건 이름입니다. 이 동네를 수비삼거리, 수비사거리, 수비교차로라고 부르는데 그 연유를 찾아보니 가까운 센텀시티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수영비행장"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나 경상도 지역은 말을 축약해서 부르는 성향이 있는데 그 영향을 받았는지 "수영비행장"을 줄여 "수비"라고 불러왔습니다.
저녁시간에 찾은 금강국밥의 내부 모습입니다. 건물을 앞 뒤로 덧이어 만들었는지 조금 특이한 구조입니다. 기둥 뒤편의 테이블에 손님이 있는지 빈 테이블인지 보려면 몇 번을 두리번거려야 하죠. 10년 전쯤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는 좌식 테이블이 많았는데 지금은 모든 테이블이 그냥 앉는 입식 구조입니다.
깔끔한 맛의 돼지국밥이 8,000원
기본 메뉴는 돼지국밥이고, 고기 드시는 취향에 따라 내장이나 섞어국밥을 선호하는 분들도 계시죠. 조금 더 풍성하게 즐기고 싶다면 수육백반도 좋습니다. 돼지국밥 6천원일 때도 기억이 나는데 가격이 올라 8천원이 되었지만, 더 비싼 돼지국밥집들도 있는 걸 생각하면 착한 가격이라 할만하네요.
코로나 이후, 저녁 손님도 많이 늘어났지만 그래도 영업을 일찍 마치는 식당들이 많습니다. 금강국밥도 대략 저녁 8시가 되면 솥에 불을 끄고 하루 장사를 정리하게 되죠. 저녁 7시 30분에 찾아갔더니 저녁을 드시는 손님들이 여럿 계셨지만 수육백반은 안되고 돼지국밥만 된다고 하네요.
소박한 서민의 맛 그대로, 금강돼지국밥
부산을 대표하는 서민음식, 그중에서도 대표 메뉴를 고르라면 누구라도 돼지국밥을 꼽을 겁니다. 금강국밥의 돼지국밥은 부산의 수많은 돼지국밥 중에서도 '서민형 돼지국밥' 느낌이 강한 듯합니다. 플라스틱 뚝배기에 듬성듬성 썰어낸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선이 굵게 느껴지는 국밥 국물에는 얼른 한 그릇 비우고 돈 벌러 가야 하는 서민들의 분위기가 묻어있는 느낌이죠. 분위기와 맛을 되새기다 보면 맛집으로 꼽히는 돼지국밥집들보다 '서민의 느낌'을 더 많이 갖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금강국밥은 손님이 끊임없이 몰아닥쳐도 사장님과 직원분들 모두 친절하셔서 참 좋습니다. 일행이 여럿이어도, 때로 혼자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있어도 늘 한결같이 대해주셔서 마음이 편안하죠. 혼밥 후 신용카드 결제도 늘 환영이시죠.
음식이 나올 때 늘 듣는 이야기는 "기본 간이 되어 있으니 맛을 보시고 소금이나 새우젓을 더 넣으시라"입니다. 국밥집마다 차이는 있지만, 금강국밥의 국물은 적당히 간이 되어 나옵니다. 방랑객처럼 국밥 국물에 소금도 잘 넣지 않는 입맛에도 잘 맞는 적당한 염도가 있습니다.
마치 시골 장터국밥에 따라 나오는 반찬들처럼 김치, 깍두기, 부추 모두 구수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김치는 시골 김칫독에서 막 꺼낸 듯 토속적인 맛이 느껴지고 부추는 이 날따라 한약 맛이 스쳐 지나가네요. 김치, 깍두기, 부추가 고기와 고깃국물의 기름진 맛을 잘 씻어줍니다.
금강국밥의 돼지국밥 고기는 전반적으로 얇게 장만되어 있어 한 입에 먹기 좋습니다. 얇고 부드러운 식감이 다른 돼지국밥과는 조금 특이한 점입니다. 시장국밥에 가까운 분위기라고 돼지고기의 거친 맛과 냄새를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뽀얗게 진한 국물과 고기에서는 돼지고기 잡냄새는 전혀 찾아볼 수 없으니까요.
요즘 돼지국밥을 만들 때 돼지 냄새를 없애는 방법이 많이 개발되었다고 하죠. 그래서 일부러 돼지 냄새를 약간 살린 국밥집을 제외하고는 돼지국밥에서 냄새를 찾아보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금강국밥 역시 잡냄새 따위는 전혀 없긴 한데, 걸쭉하고 깔끔한 국물에 비법이 숨어 있는 느낌입니다. 오랜 영업기간 동안 내려온 재래식 비법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물이 순하고 부드럽기 때문에 뭔가 자극적인 맛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는 후추를 살짝 넣어 매콤한 맛을 살려도 좋고, 양념부추를 듬뿍 넣어 부추의 매운맛의 도움을 받아도 좋습니다. 저녁에 먹는 돼지국밥은 한결 여유로움이 있습니다. 낮보다 훨씬 천천히 먹어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냄새가 강한 양파와 생마늘을 된장에 찍어먹어도 걱정이 없습니다.
딱 하나 금강국밥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양이 살짝 적다는 점입니다. 물론 후덕한 인심에 국물을 좀 더 달라 말씀하시면 한 사발을 통째로 내주시기는 하지만, 그냥 딱 1인분씩 먹을 때에는 양이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허전함이 있네요. 너무 맛있어서 배부른 걸 잊고 더 먹고 싶은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사장님 말씀으로는 이 자리에서 50년이 다 되어간다고 하네요. 주변에 재개발 움직임이 있는 건물들이 많은데, 오래도록 지금 분위기와 맛을 지켜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생기방랑 블로그를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portlockroy.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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